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중학교 시절, 담배 연기와 라면 냄새가 진동하던 신촌의 한 만화방.
농구 하기로한 친구들을 기다리며 아무 책이나 뽑아 든 것이 아다치 미츠루와의 첫 만남이었다.
열혈 미술학도였던 나는 처음엔 어딘가 여성스러운 그림이라며 시큰둥했는데,
보면 볼수록 그 담백한 선과 감성적인 배경이 조금씩 내 취향이 되어 갔다.
아다치 미츠루(あだち充)는 1970년 『사라진 폭음(消えた爆音)』으로 데뷔했다.
의외인 건, 그의 출발이 지금의 그림체가 아니었다는 점이다.
처음엔 거칠고 사실적인 '극화(劇畫)'풍을 그렸는데 1970년대 중반,
그 화풍을 접고 소녀만화를 거치며 부드러운 선과 연애의 감성을 익혔다고 한다.
이후 단행본만 약 1억 부. 『러프』(1987~1989)를 지나 『H2』(1992~1999)로 이어진다.
천재 투수 국견 히로의 이야기. 야구와 연애, 우정과 라이벌 사이의 마음을
아다치 특유의 담담함으로 그려 낸 청춘의 한 장이다.
그의 만화는 결정적인 순간에도 표정이 심드렁하다.
대사는 툭 던지듯 짧고. 장면이 바뀔 때면 설명 대신 풍경 한 컷이 끼어든다.
하늘, 전봇대,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. 그 여백이 오히려 감정을 오래 붙든다.
멀쩡히 웃던 인물이 문득 사라지기도 한고 작가 자신이 한 컷에 슬쩍 나타나 딴청을 부리기도 한다.
그리고 예고없는 죽음도 갑자기 찾아온다.
순간 무겁게 가라앉던 만화방의 공기가 기억난다.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….
한동안 나는 신촌과 홍대 언저리의 만화방을 다 뒤지며 아다치를 찾아 읽었다.
슬램덩크와 드래곤볼에 밀려, 그 시절 아다치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는 드물었다.
나만 아는 최애라는 기분이 좋았다.
훗날 누군가 옛날 얘기중에 아다치를 좋아했다는 사람을 만나면 왠지 묘한 동질감이 든다.
이 사람이 어떤 결을 가진 사람인지, 어렴풋이 가늠이 되는 것이다.